* 행자와 인봉스님 *
산사에 긴 장맛비가 내리던 어느날이었습니다
처마 끝에서는 빗물이 실처럼 흘러내리고
마당의 흙냄새가 촉촉하게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행자는 온몸이 흠뻑 젖은 채 호미를 들고 법당 앞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스님께서 그 모습을 보시고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행자야 ~
예, 스님.
어찌 그리 흠뻑 젖었느냐?

텃밭 김을 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그 바람에 옷도 마음도 다 젖어버렸습니다.

허허 ....
그러면 그 비가 너 하나 적시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냐 ?

....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참 야속합니다.

스님은 빗소리를 잠시 들으시더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행자야 ~
저 비를 보아라.

산에는 나무를 살리고, 들에는 곡식을 살리고,
개울에는 물고기를 살리고, 사람에게는 목마름을 덜어주지 않느냐.

그렇습니다, 스님.
그런데 사람들은 늘 자기 입장에서만 세상을 보려 한다.
내 뜻에 맞으면 좋은 일,
내 마음에 거슬리면 나쁜 일이라 여기지.

저도 모르게 그리 됩니다.
비는 그저 비일 뿐이다.
그런데 어떤이는 '농사가 살아난다' 하고 기뻐하고
어떤 이는 '신발 젖는다' 하며 성을 내지.

세상이 달라진 것이 아니라
마음의 방향이 달라진 것이란다
행자는 젖은 승복 소매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물었습니다

스님,
그러면 어떻게 해야 삐뚤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보지 않게 됩니까?
늘 감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감사하는 연습이요?

그래.
뜨거우면 따뜻함을 알고, 배고프면 밥의 은혜를 알고,
비를 맞으면 메마른 생명들이 살아남을 것을
먼저 생각해 보거라.

감사는 억지 웃음이 아니다
세상을 바르게 바라보는 눈이다.

마음이 어두우면 햇빛 아래서도 불평이 생기고
마음이 맑으면 빗속에서도 꽃 한 송이를 보게 되는 법이란다.

행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처마끝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 고요히 이어졌습니다.
잠시 뒤 행자가 두 손을 모았습니다.

스님,
오늘 저는 비에 젖은 것이 아니라 제 생각에 젖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님께서 빙그레 웃으셨습니다.
허허 ....
이제야 비가 제대로 내리는구나.

* 게송 *
비는 누구를 미워하여 내리지 않고, 햇살 또한 누구만 비추지 않네
세상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분별하는 내 마음이 괴로움이로다. _()_
* 회향문 *
오늘도 우리는 비를 탓하고 바람을 원망하며 세상을 내 마음대로 재단하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부처님
모든 괴로움은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분별하는 이 마음에서 비롯 됨을 조금이나마 알게 하시니 감사하옵니다
비를 맞더라도 원망보다 감사를 배우게 하시고, 삶의 굽은 길에서도 남을 탓하기 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게 하옵소서.
좋은 일에는 교만하지 않고, 어려운 일에는 무너지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나 맑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오늘 이 작은 깨달음의 공덕을 나와 가족, 이웃과 인연 있는 모든 존재들에게 회향하오니,
메마른 마음마다 자비의 단비가 내리게 하시고 고통 속의 이들에게는 평안이 깃들게 하옵소서. _()_
'여행 부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장 제과 제빵 명인 안영순 카페 (10) | 2026.06.06 |
|---|---|
| 6월의 첫날입니다 (16) | 2026.06.01 |
| 오후 산책길에 (4) | 2026.05.20 |
| 영도나들이 카페385 오션뷰가 좋다 (5) | 2026.05.17 |
| 은진사 5월에 피는꽃 (14) | 2026.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