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무렵에 생솔가지나 나뭇더미를 쌓아 ‘달집’을 짓고 달이 떠오르면 불을 놓아 제액초복(除厄招福)을 기원하는 풍속. 지역에 따라서는 달집불·달불놀이·달끄실르기·망우리불(망울이불)·달망우리·망월·동화(洞火)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유래
달집태우기의 유래와 역사는 분명치 않다. 다만 달집태우기가 예축적(豫祝的) 의미를 지닌 기풍의례(祈豊儀禮)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아 오랜 농경문화의 터전에서 생성되고 전승되어 온 풍속의 하나로 생각된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고대사회 이래로 달은 물·여성과 연결되어 농경의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한다
뿐만 아니라 시간의 질서와 시절의 운행, 자연의 섭리까지도 아울러 상징한다. 이처럼 생산력과 생활력의 기준이 되는 달은 농경 및 어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상원(上元)은 그 주술력이 정점에 달하는 시기이므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유독 정월 대보름에 달과 관련된 세시풍속, 곧 용알뜨기·달맞이·달점·삼신달받기·달불음 등이 집중되어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달집을 태우는 날 가장 먼저 달을 보는 사람은 재수가 좋다고 한다. 또 달집이 잘 타야 마을이 길하고 도중에 불이 꺼지거나 더디 타면 액운이 닥칠 조짐으로 여긴다. 충남 금산 및 경남 창원·거창 등에서는 연기가 많이 나서 달을 가릴수록 농사가 잘되고 무탈하다고 생각한다. 한편 방향에 따라 길흉을 점치기도 한다. 전남 광양에서는 달집이 동쪽으로 쓰러지면 풍년이 들고 서쪽으로 넘어지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전북 장수에서는 달집이 쓰러질 때 동네 쪽으로 엎어지면 운이 좋고 바깥 쪽으로 넘어지면 불길한 징조로 여긴다. 경남 울주, 전남 순천에서도 달집이 넘어지는 방향을 보고 그해의 시절을 점치는데, 쓰러지는 쪽에 있는 마을은 일년 내내 평안하다고 한다. 이와는 반대로 충남 청양·부여에서는 동화가 마을 쪽으로 쓰러지면 액운이 들고 반대편으로 넘어지면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동화가 넘어질 시점이 되면 청년들이 달려들어 동구 밖으로 밀어내는데, 이는 동화가 쓰러지면서 마을의 액운을 모두 가져간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달집이 다 타고 난 뒤에 밑불을 다리미에 넣어서 콩을 볶아 먹으면 이가 튼튼해지고 부스럼과 종기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전북에서는 보름날 아침에 백지로 옷을 지어 아이들의 옷 속에 입혔다가 달집에 넣어 태우면 일년 중 액이 없어진다고 한다.
달을 매개로 한 달집태우기는 제액초복을 기원하는 정월 대보름 세시풍속의 표상이다. 달을 불에 그슬려야 가뭄이 들지 않는다는 믿음은 우순풍조(雨順風調)를 비는 상징적인 의례인 동시에 풍농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달집태우기는 사악한 기운과 부정을 살라 없애는 불[火]이 지닌 정화력을 적극 차용한 액막이 의식이다.
그것은 보름달이 떠오를 때 거대한 달집을 불태우는 것으로 마을에 깃든 모든 악귀가 소멸될 것이라는 염원 속에 잘 나타나 있다. 이처럼 달집태우기는 새봄을 예축하는 역동적인 의례로서 달과 맺어진 다양한 대보름 세시풍속의 의미가 종합적으로 녹아든 대표적인 민속이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불길은 이렇게 사그라 들고 있었다.
하이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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