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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좋은 글

독립운동가 이면서 승려 시인. "한 용 운"






 

한용운 (1879~1944)

호는 만해(萬海). 충남 홍성에서 출생. 18세 때에 의병 활동에 가담한 이후 피신 생활을 하다가 23세에

승려가 되었다. 3,1 운동 때에 민족 대표 33인의 하나였으며, 감옥에서 쓴'조선 독립 운동서' 는 독립의 타당함과

필연성을 논한 당당한 대문장으로 평가된다. 그는 불교 사상에 식견이 깊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상적 조류에도

안목이 있어서, 당대의 침체한 불교를 비판.개혁하고자 '조선 불교 유신론' 등의 중요한 주장을 제시한 바도 있다.

시집 <님의 침묵>(1926)은 그를 시인으로서도 중요한 인물의 위치에 올려놓은 우리 현대사상의 한 기념비이다.

그는 이 시집의 작품을 통해 자신이 살던 당대를 '임'이 없는 시대로 노래하면서, 그러나 그 '임'은 영원히 떠나가

버린 것이 아니라 반드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종교적 바탕 위에서 노래하였다. 근간에 이루어진 <한용운 전집>이

그의 여러 저작들을 모아 수록하고 있다.

 

 

 

 

님의 沈默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 입니까

지루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로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한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적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으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나룻배와 행인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은 물만 건너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 그려

그러나 당신이 언제든지 오실 줄만은 알아요

나는 당신을 기다리면서 날마다 날마다 낡아갑니다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선사의 설법

 

나는 선사의 설법을 들었습니다

<너는 사랑의 쇠사슬에 묶여서 고통을 받지 말고 사랑의 줄을 끓어라

그러면 너의 마음이 즐거우리라>고 선사는 큰 소리로 말하였습니다

 

그 선사는 어지간히 어리석습니다

사랑의 줄에 묶인 것이 아프기는 아프지만 사랑의 줄을 끊으면 죽는 것보다도

더 아픈 줄을 모르는 말입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 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해탈은 속박에서 얻는 것입니다

님이여 나를 얽은 님의 사랑의 줄이 약한가 봐서

나의 님을 사랑하는 줄을 곱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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