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소월 (1902~1934)
본명은 정식(庭湜). 평북 구성에서 출생. 오산 중학에서 시인 김억의 가르침을 받았고,
「창조」5호(1920)에 작품을 발표한 이래 1920년대 시단의 가장 뛰어난 서정 시인으로 활동했다.
그는 짧은 생애를 보내면서 그 슬픈 . 외로움 . 한을 섬세한 감각으로 노래화하였고, 민요적인
가락과 분위기를 잘 살려서 흔히 '민요 시인' 이라 불리었다. 시집으로는 <진달래꽃>(1925)과
그의 사후에 김억이 엮은 <소설시초>(1939)가 있다.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요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초혼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움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아.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삭주 구성
물로 사흘 배 사흘
먼 삼천리
더더구나 걸어 넘는 먼 삼천 리
삭주 구성은 산을 넘은 육천 리요.
물 맞아 함빡히 젖은 제비도
가다가 비에 걸려 오노랍니다.
저녁에는 높은 산
밤에 높은 산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가끔가끔 꿈에는 사오천 리
가다오다 돌아오는 길이겠지요
서로 떠난 몸이기에 몸이 그리워
임을 둔 곳이기에 곳이 그리워
못 보았소 새들도 집이 그리워
남북으로 오며가며 아니합디까
들 끝에 날아가는 나는 구름은
밤쯤은 어디 바로 가 있을 텐고
삭주 구성은 산 넘어
먼 육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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