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 오순택
입안에
함빡 봄을 머금고 와서
푸우~ 푸우~
뱉고 있다.
봄이
화르르 쏟아진다.
꽃밭에서 / 손동연
목련꽃이 흰 붕대를 풀고 있다
나비 떼가 문병 오고
간호원처럼 영희가 들여다보고 있다
해가 세발자전거를 타는
삼월 한낮.
개화의 의미 / 김상현
목련이 일찍 피는 까닭은
세상을 몰랐기에
때묻지 않은 청순한 얼굴을 드러내 보임이요
목련이 쉬 지는 까닭은
절망했기 때문이요
봄에 다시 피는 까닭은
혹시나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백목련 / 이재봉
청명이 지나고 일요일 아침
앞 산자락에 하얀 목련꽃이 피었습니다.
하늘과 땅 중간에 피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문득 산을 바라보니
목련꽃은 간데 없고
그 자리에 하얀 뭉게구름만 떠 있습니다.
생이 얼마나 허무했으면
시든 꽃잎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저렇게 흰 목련구름이 되어
하늘과 땅 사이에 둥둥 떠 있을까요.
목련 / 안도현
징하다, 목련 만개한 것 바라보는 일
이 세상에 와서 여자들과 나눈 사랑이라는 것 중에
두근거리지 않은 것은 사랑이 아니었으니
두 눈이 퉁퉁 부은
애인은 울지 말아라
절반쯤은, 우리 가진 것 절반쯤은 열어놓고
우리는 여기 머무를 일이다
흐득흐득 세월은 가는 것이니
木蓮花 / 최창섭
목련나무 아래
딸아이와 함께 서 있었다
목련꽃을 한 송이 따 달라던
딸아이가
막 떨어진 목련 한 송이를 주워서
"아, 향기가 참 좋다"며
국물을 마시듯 코를 들이대고 있다가
"아빠도 한 번 맡아 봐" 하고 내민다
나는
손톱깎이 같은 바람이 뚝뚝 끊어먹은
우리들의 꿈 같은
하얀 그 꽃잎을 받아
나뭇가지 위에 올려놓는다
쉽게 꺾이지만 다시 피어나는
희망처럼
하늘궁전 / 문태준
목련화가 하늘궁전을 지어놓았다
궁전에는 낮밤 음악이 냇물처럼 흘러나오고
사람들은 생사 없이 돌옷을 입고 평화롭다
목련화가 사흘째 피어 있다
봄은 다시 돌아왔지만 꽃은 더 나이도 들지 않고 피어 있다
눈썹만한 높이로 궁전이 떠 있다
이 궁전에는 수문장이 없고 누구나 오가는 데 자유롭다
어릴 적 돌나물을 무쳐 먹던 늦은 저녁밥 때에는
앞마당 가득 한 사발 하얀 고봉밥으로
환한 목련나무에게 가고 싶었다
목련화 하늘궁전에 가 이레쯤 살고 싶은 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