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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월에 피는꽃

홍법사에 핀 목련꽃.

 

 목련    


내 몸 둥그렇게 구부려
그대 무명치마 속으로
굴려놓고 봄 한철 홍역처럼 앓다가
사월이 아쉽게도 다 갈 때
나도 함께 그대와
소리 소문 없이 땅으로 입적했으면
(이재무·시인, 1958-)

 

 

 

 

 

 

 

 

 

 

 

 

 

 

 

 

 

 

 

 

 

+ 하얀 목련

방금 기도를 끝낸
하얀 성의의 천사들이
꽃등불을 밝히고
삼월의 뜰을 걸어 나왔다

하늘을 향해
목울대를 곧추 세우고
꽃송이 송이마다
볼을 부풀린 것이

지휘봉을 휘두르는
바람의 호흡 따라

지금이라도 곧
봄을 찬양하는 합창을
시작할 것만 같다
(김옥남·시인, 1952-)


 

 

 

 

 

 

 

 

 

 

 

 

 

 

 

 

 

 

 

 

 

 

+ 지는 백목련에 대한 단상

목련 나무에서 화려한 설법이 떨어져 내린다
저 우윳빛 가슴, 겁탈 당한 조선시대 여인네 정절貞節같은,
품 한 켠 은장도로 한 생生을 접었다
옷고름 풀어헤친 짧은 봄날의 화엄경華嚴經 소리,
바람바람 전하더니, 거리 욕창 든 꽃잎 떨구며
봄날은 간다 아름다운 요절, 화려한 통점痛點,
동백의 투신은 투사의 모습이었고,
목련은 병든 소녀처럼 죽어갔다. 두둥실
명계冥界를 건너는 꽃들의 장송곡 따라 삼천 궁녀들
나무 위에서 자꾸만 뛰어 내리고 있다.
잎새들도 곧 뒤따르겠노라 하염없이 손 흔든다.
떨어진 목련꽃을 만진다. 화두話頭 하나 마음으로 뛰어 든다
내 생이 바짝 긴장한다
(김성수)

 

 

 

 

 

 

 

 

 

 

 

 

 

 

 

 

+ 목련꽃을 보라

밤사이 목련나무가 활짝 꽃 피웠다
우리 잠든 깊은 밤, 천상의 물고기 떼가 내려와서
주둥이로 멍울 어루만졌던가
뭉쳐 있던 멍울들 다 터져 꽃이 되었다
너무 희어서 실핏줄이 환한 꽃,
몇 올의 실핏줄 터져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꽃,
멀리서 찾아온 바람이
단내를 꽃잎마다 적셔준다
목련나무 너머는 콘크리트 골목길,
골목길과 목련나무 사이엔
교과 같은 담벼락이 서 있다

이런 날은, 교과서는 아예 펼치지 말자
이런 날은 지짐이 한 접시에 막걸리 두어 잔,
흥얼흥얼 콧노래에 취해 보자
그런들 내 속에 맺힌 멍울들 터지겠냐마는,
터져 환한 꽃 되겠냐마는.
(김충규·시인, 1965-)

 

 

 

 

 

 

 

 

 

 

 

 

 

 

 

 

 

+ 밤목련

달이 참 밝다
밤목련이 이불 홑청에 새긴 꽃무늬 같다
그 밑에 서서 처음으로 저 달과 자고 싶다고 생각한다
뜨거운 물주머니처럼 발 밑에 넣고 자면
사십 년 전
담쟁이넝쿨 멋있던 적산가옥 길
백설기 같던 목련
필 것 같다

역사의식도 없이 희고 희었던
일곱 살 배고픔처럼
(오철수·시인, 1958-)


 

 

 

 

 

 

 

 

 

 

 

 

 

 

 

 

 

 

+ 깨끗한 슬픔

작은 마당 하나 가질 수 있다면
키 작은 목련 한 그루 심고 싶네
그리운 사월 목련이 등불 켜는 밤이 오면
그 등불 아래서 그 시인의 시 읽고 싶네
꽃 피고 지는 슬픔에도 눈물 흘리고 싶네
이 세상 가장 깨끗한 슬픔에 등불 켜고 싶은 봄밤
내 혼에 등불 밝히고 싶은 봄밤
(정일근·시인, 1958-)

 

 

 

 

 

 

 

 


 

 

 

 

 

 

 

 

 

 

+ 목련

목련이 지독한 생명의
몸살을 앓는 것을
며칠을 두고 몰래 지켜보았다

꽃샘추위 속 맨몸의 가지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꽃눈 틔우더니

온몸으로 온 힘으로
서서히 치밀어 올라
이윽고 꽃망울로 맺히더니

송이송이 눈부시게 피어나는
저 여린 생명의
고독하고 치열한 몸짓

목련은
쉽게 피는 것이 아니었구나
그래서 목련은
저리도 당당하게 아름답구나
(정연복)

 

 

 

 

 


 

 

 

 

 

 

 

휴일 에 다녀온

"홍법사" 엔

목련꽃이 환~하게 피어

눈이 부셨다.

 - 부산시 금정구 두구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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