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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0,11월에피는꽃

산 부추꽃.

 

 

 

* 사랑과 슬픔의 만다라 *

 

너는 내 최초의 현주소

늙은 우편 배달부가 두들기는

첫번째 집

시작 노트의 첫장에

시의 첫 문장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른 사람들은 너를 너라고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를 너라고 부르지 않는다

너는 내 마음

너는 내 입안에서 밤을지샌 혀

너는 내 안의 수많은 나

 

 

 

 

 

 

정오의 슬픔위

새들이 찧어대는 입방아 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물고기처럼 달아나기만 하는 생 위에

고독한 내 눈썹위에

너의 손을 얹어다오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내가 그걸 원하니까

나는 늙음으로 생을 마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바닷새처럼 해변의 모래 구멍에서

고뇌의 생각들을 파먹고 싶지는 않으니까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내가 알수 있는 유일한 것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내가 세계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

넌 알몸으로 내 앞에 서 있다

 

 

 

 

 

 

내게 말해다오

네가 알고있는 비밀을

어린 바닷게들의 눈속임을

순간의 삶을 버린 빈 조개가 모래 속에

감추고 있는 비밀을

그러나 나는 너에게로 가서 죽으리라

나의 시는 너를 위한 것

다만 너를 위한 것

 

 

 

 

 

 

 

* 물안개 *

 

새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 장산에서 >

 

* 별에 못을 박다 *

 

어렸을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 했었다

 

별들이 못 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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