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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월에 피는꽃

등나무꽃

계절의 여왕 5월에 들어서면 쉼터 여기저기에서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이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감기가 전문인 등나무는 아까시나무 비슷한 짙푸른 잎을 잔뜩 펼쳐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어서 열리는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너무 짙푸른 등나무 잎사귀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콩과 식물이라 거름기 없이도 크게 투정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것도 등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등나무는 예쁜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며 쉼터의 단골손님으로 친숙한 나무다.

 

 

 

 

 

 

그러나 자람의 방식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등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하여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놓은 이웃나무의 광합성 공간을 혼자 점령해버린다. 칡도 마찬가지로 선의의 경쟁에 길들어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다툼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엉키듯 뒤엉켜 있다고 하여 갈등(葛藤)이라 한다. 또 등나무는 홀로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부산 유엔공원에서

 

 

 

 

 

겹벚꽃 보러 갔는데 겹벚꽃은 지고 없고, 등나무꽃이 피어 반겨주네.  ^^

 

 

 

 

 

 

주렁주렁 예쁘게 피었으니 기분 좋고

 

 

 

 

 

 

 

 

 

 

 

 

 

 

 

 

 

 

 

 

 

 

 

 

 

 

 

 

 

 

 

 

 

 

 

 

 

 

 

 

 

 

 

 

 

 

 

 

 

 

 

 

 

 

 

 

 

 

 

 

 

 

 

 

 

 

 

 

 

 

 

 

 

 

 

 

 

 

 

 

 

 

 

 

 

 

 

 

 

 

 

 

 

 

 

 

 

 

 

 

 

 

등나무꽃   - 문지숙 -

 

마당에 등나무를 심으면

가세(家勢)가 기운다는 말에 

나는 그냥 웃기만 했지요

 

수천 수만 개 보랏빛 꽃등을 밝히고

꽃 다래 마다 박힌 밀어들 

술에 취하고 꽃향기에 취하던 날은 가고

 

무성한 손놀림으로 하늘을 감아올려 

큰 그늘을 만들었지만 

빈 바람만 나뭇잎을 흔들고 지나갑니다

 

메말라 바싹 마른 가슴에 닿으면

부서지는 그리움 한 자락 등나무 밑에 펼쳐 놓고

또 한 계절을 넘습니다.

 

다시 또 계절이 지나고 오네요

빈바람이 등나무꽃 아래로 손 흔들며 지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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